[삼성 합병 통과] 삼성, 52일 '합병 전쟁'서 승리…이재용의 삼성 닻 올렸다(종합)

입력 2015-07-17 14:56   수정 2015-07-17 17:53

[ 권민경 기자 ]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안이 17일 극적으로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합병에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의 공격을 막아내고 합병 발표 52일 만에 삼성이 승리를 거둠에 따라 통합 삼성물산은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로 올라서게 됐다.

투자업계와 재계에서는 삼성물산의 합병 성공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더욱 높아져 본격적인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 제일모직 '만장일치' 삼성물산 69.53% 찬성

삼성물산은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제일모직과의 합병 승인 안건을 69.53% 찬성률로 가결했다.

주총 의장인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주총 개최 3시간이 지난 낮 12시47분께 "1억3235만800주가 투표에 참여해 이중 총 9202만3660주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의 참석률은 83.57%로 집계됐다. 전체 주식 총수(1억5621만7764주)에 대비한 합병 찬성률은 58.91%다.

주총 표결에서는 삼성물산 특수관계인·계열사(13.92%)와 국민П?11.21%), KCC(5.96%) 등이 대거 합병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24.33%에 달하는 소액주주 중 상당수도 합병에 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주총에 참석한 한 소액주주는 "과거 10년 전에도 SK그룹과 소버린 사태가 있었다"며 "엘리엇이 남의 나라 기업을 얕보고 송두리째 가져가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개인으로서는 아프고 쓰라린 부분이 있지만 국익을 먼저 생각해 합병에 찬성한다고 이 주주는 밝혔다.

반대표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와(7.12%)와 메이슨캐피탈(2.18%)등 외국인 투자자와 일부 소액주주인 것으로 파악된다.

합병안 외에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주 제안한 현물배당(제2호 의안)과 중간배당(제3호 의안)은 모두 부결됐다. 찬성률은 50%를 넘지 않았다.



앞서 제일모직도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빌딩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삼성물산과의 합병 승인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오는 9월1일자로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으로 출범하게 됐다. 합병 회사의 명칭은 삼성그룹의 창업 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쓰기로 했다.

이번 합병 성공으로 삼성물산은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과 상사 부문 외에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 부문을 추가 확보하게 됐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그룹 내 바이오사업을 이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5% 가량을 갖고 있다.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이 지분은 51%(통합 삼성물산 기준)까지 높아진다.

제일모직도 삼성물산의 풍부한 해외 영업망을 통해 바이오와 패션사업 등을 확장할 수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을 통해 지난해 34조원 가량이었던 매출을 2020년 60조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 삼성 순환출자 단순화…이재용 지배력 강화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 순환출자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해졌다.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도 한층 높아졌다.

합병 전 제일모직 지분 23.23%를 가지고 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분이 16.5%로 줄어들지만 경영권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인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그룹 전반을 장악할 수 있게 된데다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4.1%)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키울 수 있게 됐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으로 2013년부터 진행해온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재편이 일단락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성사로 그룹 후계자(이재용 부회장)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까지 더 공고히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한층 안정감을 갖게 됐고 경영권 승계 작업도 안정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병 과정이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주주에게도 이득이 됐다"며 "주주가치가 높아지고 삼성그룹이 앞으로 (통합 삼성물산의) 사업 성장성과 시너지에 대해 더 주목하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합병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 삼성SDS와 삼성SDI 합병,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등이 이어질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앞서 삼성 측은 지주회사 전환이나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설은 현재 주목할 만한 것이 아니다"면서도 "삼성SDS의 경우 지배구조 개편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만큼 계속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 엘리엇, 삼성 공세 지속…'무효' 소송 가능성

그동안 합병 비율을 문제 삼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반대해온 엘리엇은 주총 이후에도 삼성에 대한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끝난 후 낸 보도자료에서 "수많은 독립주주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이 승인돼 실망스럽다"며 ""향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싸고 삼성 측을 상대로 한 가처분 소송에서 패한 엘리엇은 본안 소송 제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엘리엇이 합병 무효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엘리엇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으로 이 문제를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엘리엇 고위 관계자는 일부 언론을 통해 ISD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엘리엇은 과거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도 소송을 벌인 전례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擥느막?인해 엘리엇의 지분은 7%에서 2%로 정도로 하락하게 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 있다"며 "일각에선 먹튀 가능성을 말하는데 입지를 강화시켜 놓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팔고 나가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투자업계와 재계에서는 외국계 헤지펀드로부터 기업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SK그룹과 소버린 사태를 비롯해 이번 삼성물산 사태까지 국내 기업을 향한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무라 등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삼성물산 합병 이후 외국계 헤지펀드의 다음 공격은 삼성전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지난 15일 "공정한 경영권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발표하고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공론의 장에서 토론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권민경/이민하/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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